당신에게만 알려주는 사장님들의 경영 비법!
흔한 사장님이 알려주는 흔하지 않은 경영 철학과 노하우
4편. 연남/홍대 모이정 편
-사랑의 이해에 나온 그 집? (부제: 술집 사장님에게 주량을 묻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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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사장님의 비즈니스
어쩌다 가게를 차리게 되었나요?
제가 지금 39세인데 26세에 군대 갔다 오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이자카야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그때 당시 야간 근무를 하면 10만원을 더 준다는 소리에 혹해서 시작했죠. 그런데 이자카야는 뭐랄까 되게 라이브하잖아요. 연기를 피우며 꼬치를 굽고, 중년의 사장님들이 쩌렁쩌렁하게 소리치면서 장사하는 모습이 너무 기운 차고 좋았던 거예요. 이런 이자카야 특유의 모습에 반해서 계속 일을 하다가 모이정까지 오게 된 거죠.
-제가 찾아보니까 모이정이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몇 개의 지점들이 있더라고요.
네, 맞아요. 이게 오해가 조금 있을 수 있는데, 모이정이 체인점은 아니고 저희 가게에서 일했던 친구 몇 명이 그쪽으로 이주를 했어요. 이주를 한 지역에서 모이정과 같은 간판을 달고 이자카야를 시작하고 싶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한 거죠. 다들 프랜차이즈라고 오해하시는데 그건 아니고요, ‘모이정’에서 ‘모이’라는 말이 작지만 단단하다는 뜻이거든요. 규모는 작더라도 알차고 단단한 가게를 만들자는 의미의 이름이었는데, 친구들도 그런 이름을 가지고 시작을 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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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운영하면서 느낀 영업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 사소한 부분에 공감하는 것
음, 비결이라고 하기엔 사소하지만 말씀드려볼게요. 제가 처음 일하던 가게에서 경험했던 일인데요. 시끄러운 가게 속에서 발라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중년 부부 손님께서 그 발라드를 듣고 막 우시는 거예요. 그 시끄러운 상황에서 작게 들려오는 노래를 듣고 우시는데, 그 모습을 보고 제가 깜짝 놀래서 무슨 일 있으신가 하고 손님께 갔던 것 같아요. 손님께서는 ‘죄송한데 이 노래를 한 번만 더 들을 수 없냐’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손님들과 교감을 하고 공감을 할 수 있어야 하구나. 그냥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들뿐만 아니라 가게에 작게 들려오는 음악과 같이 조금 더 작은 디테일에도 신경을 쓰자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게 어떻게 보면 비결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이후로 손님 한 분 한 분께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새우 알러지가 있는 분이 오셨을 때, 새우가 들어간 메뉴를 빼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시죠. 그럼 그 손님이 다시 저희 가게를 찾아주셨을 때, 손님이 묻기도 전에 제가 먼저 안내를 해드리는 식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이런 것 외에도 손님들께 늘 서비스를 조금이나마 드리려고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이밍도 어느 정도 계산을 해서 드려요. 모츠나베를 드신 손님들이라면 조금 느끼할 수도 있으니, 음식과 술을 드신 정도를 보고 적절한 타이밍에 토마토 샤벳을 드린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손님들을 그냥 보내드릴 수 있지만 뭔가 하나라도 더 드리고 싶은 게 저의 마음인 것 같아요. 저희가 그렇게 정말 진심을 다하면 손님들이 알아봐 주실 때도 많은 것 같고요.
✔️음악을 통해 가게 분위기 조성하기
가게에서 트는 음악에 있어서도 조금 신중을 기하는 편이에요. 제 취향을 곡들을 토대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긴 하지만 몇 년 동안 같은 음악을 들었다 보니까 중간 중간 새로운 노래를 넣기도 하고요. 추구하는 가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음악을 이용하기도 해요. 제가 예전에는 DJ도 살짝 했었거든요. 그래서 BPM에 되게 민감한데, 공감이라는 개념에서 네 사람의 인원에 대한 목소리 데시벨이 있어요. 그런데 그 목소리 데시벨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BPM값도 올라가야 해요. 그래야 분위기가 고조되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일정한 텐션이 들어오면 다시 거기서부터는 BPM을 줄여서 변화를 주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저는 음악을 통해서 손님들의 텐션에 업다운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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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정만의 고유 메뉴는?
야키토리입니다. 사실 모이정은 원래 꼬치집을 하자고 시작해서 생긴 거예요. 지난 얘기지만 서대문 소방서 쪽에 사까야라는 집이 하나 있는데요. 제가 29살에 시작한 가게고요, 지금도 저랑 친한 형님이 운영을 하고 계셔요. 또 천하의 문타로라는 가게가 있는데요, 거기서도 운영을 했었어요. 그리고 지금 모이정이라는 가게를 하고 있는데 결국 기반은 다 야키토리였어요. 처음 야키토리를 접하게 된 건 이태원의 문타로라는 가게에서 일하면서부터였어요. 정말 작은 가게였는데 장사가 말도 안 되게 잘됐었어요. 거기서 50대의 일본인, 40대의 일본계 중국인들이 꼬치를 굽고 했죠. (10년이 넘게 야키토리에 매진하신, 야키토리로 점철된 사장님의 삶을 엿들어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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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영 철학을 가지고 가게를 운영하셨나요?
✔️내가 즐겨야 손님들도 즐길 수 있다
사실 저는 돈을 크게 추구하진 않는 것 같아요. 전 항상 낭만을 먼저 생각하고 돈은 뒤에 따라온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제가 좋아하는 인테리어, 제가 좋아하는 이런 스테인드 글라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공감을 해주실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사실 가게에서 가장 오래 있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했기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과 과거의 추억이 담긴 소품들, 질리지 않는 조명 등의 것들로 가게를 채워나갔던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이 따지고 보면 저만의 철학인 것 같아요. 내가 즐거워야 되지 않을까요? 일단 가게에 왔을 때 내가 즐거워야 손님들도 즐겁게 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장님만의 취향을 손님들도 좋아하시니까 계속 모이정을 찾으시는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런데 친구들은 별로 안 좋아해요. 하하. (사장님이 말씀하시는 ‘친구’는 가게 직원분들을 칭하시는 것입니다.) 애들도 저와 똑같이 오랜 시간동안 가게에 상주해야 하니, 똑같은 분위기의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음악을 듣다 보면 질려하죠.연남점에서 웨이팅 하시는 분들께 홍대점까지 가는 택시비를 지원해드리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했던 행동 같아요. 사실 모이정 연남점이 완전 번화가 쪽에 위치한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외지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이팅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으니 홍대점으로 안내해드리는데, 멀리서 걸어오시는 손님들을 보고 있자니 너무 죄송한 거예요. 손님들이 하염없이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것도 죄송스러웠고요. 물론 택시비 지원이라는 것이 코로나로 인한 데미지가 있는 상태에서 하기엔 무리가 되는 서비스이긴 했지만, 그래도 저와 손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생각되어 여전히 택시비 제공이라는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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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점에서 웨이팅 하시는 분들께 홍대점까지 가는 택시비를 지원해드리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했던 행동 같아요. 사실 모이정 연남점이 완전 번화가 쪽에 위치한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외지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이팅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으니 홍대점으로 안내해드리는데, 멀리서 걸어오시는 손님들을 보고 있자니 너무 죄송한 거예요. 손님들이 하염없이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것도 죄송스러웠고요. 물론 택시비 지원이라는 것이 코로나로 인한 데미지가 있는 상태에서 하기엔 무리가 되는 서비스이긴 했지만, 그래도 저와 손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생각되어 여전히 택시비 제공이라는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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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점과 홍대점을 동시에 운영 중이신데, 지점 2개를 운영하시면서 오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
어려움은 정말 많죠. 가게에서 일하는 친구들 문제도 그렇고 또 지역의 특성에 따라 가게가 어떤 지역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더하여 경쟁사도 너무 많고요. 와중에 제가 사실 마케팅이나 홍보 쪽에서 많이 약하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아무래도 SNS상에서 소문난 집에 손님들이 많이 가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인원 관리나 매출 관리나 손익 관리 등이 생각보다 되게 힘들어요.
그리고 사실 가장 힘든 것은 직원 관리인 것 같아요. 휴무는 고정되어 있고 그에 맞춰서 직원들을 계속 로테이션을 돌려야 해요. 저는 이런 로테이션을 톱니바퀴라고 표현하는데, 그 톱니 하나가 나가면 점점 원동력을 잃게 되잖아요. 이러한 점들을 하나하나 맞춰가고 조정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몇 개 체인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을 보면 이런 이유 때문일 수 있겠다 싶어요.
-연남점과 홍대점에 각각 따로 직원을 두시는 게 아니군요.
원래는 그렇게 했었죠.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손익분기점을 넘기가 너무 어려워요. ‘돈의 속성’이라는 책에서 김승호 회장이 말씀하신 게 있는데요. 직원이 10명일 때까지는 때려치고 싶을 때가 정말 한두 번이 아닐 거라고. 근데 이게 정말 맞는 말이더라고요. 왜냐하면 저희는 꼬치도 팔지만, 튀김이나 탕 메뉴도 판매하잖아요. 그런데 처음 일하러 온 친구가 갑자기 그 많은 파트들을 해낼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이 일에 숙련되어 있는 친구들과 운영을 함께 해 나가야 하는데 이 친구들을 데리고 두 지점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로테이션 말고는 답이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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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통찰력 끌어내기 + 경영 개념 응용하기
사장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우사보는 크게 두 가지 마케팅 전략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1. 오감 마케팅
▸소비자는 오감을 통한 체험을 구매한다
▸성공적인 오감 마케팅 사례
▸모이정이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법
▸매장 음악의 또 다른 역할
2. 초개인화 마케팅
▸초개인화 마케팅이란?
▸개인화 마케팅 vs 초개인화 마케팅
▸초개인화 마케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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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 마케팅
✔소비자는 오감을 통한 체험을 구매한다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과거에는 제품 및 서비스의 기능이나 품질과 같은 요인들이 구매 결정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끼쳤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이러한 단순 정보만으로는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엔 어려워졌습니다. 이 지점에서 기업들은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를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로 인지하기도 하지만 특정 감각을 통해서 기억하기도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매장을 들어가면 풍기는 향기나 눈길이 가는 매장이나 제품의 색상과 디자인, 매장의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음악까지. 이 모든 감각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기업들은 이제 소비자의 ‘오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감을 사용하여 사물을 경험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마케팅에 반영한 것이 바로 오감 마케팅입니다. 인간의 오감인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을 자극하여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구매까지 끌어내는 전략입니다. 이는 향기, 맛, 디자인, 감촉, 소리 등 고객의 기분과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감성적 동인을 활용하여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 마케팅'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오감을 이용하여 브랜드를 경험한 기억은 구매를 결정짓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같은 제품이더라도 직접 만져보거나, 향기를 맡아본 경험이 있을 경우 구매 의사결정 시 해당 제품에 보다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더하여 특정 감각이 연상되는 브랜드는 그 감각이 곧 브랜드의 정체성이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노출시킬 때 통일된 감각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감각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브랜드의 정체성에 매료된 소비자는 브랜드의 충성 고객이 될 가능성을 높이는 선순환이 계속됩니다. 즉, 오감 마케팅을 잘 활용한다면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오감 마케팅 사례
사실 이러한 오감 마케팅은 이미 아주 많은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시각을 자극하는 제품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시각을 자극하는 편이 타감각들에 비해 효율적이고 용이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는 소비자의 시선을 끌만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후각이나 청각, 미각, 촉각 등을 활용하여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는 경우도 존재하는데요. 아래는 이에 대한 사례들에 대한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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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길 너머에서 바람을 타고 온 향을 맡고 이 근처 어딘가에 러쉬 매장이 있음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러쉬가 그들의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널리 알릴 수 있었던 비결에는 바로 오감 마케팅이 있습니다. 러쉬 매장을 한 번이라도 방문하거나 혹은 지나쳐본 사람들은 알 테지만, 러쉬는 매장 입구에 욕조를 설치하여 그 안에 입욕제를 넣어둡니다. 이러한 향은 고객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러쉬 매장에 들어가도록 유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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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러쉬 공식 홈페이지
매장에 들어선 고객은 휘황찬란한 제품들의 색상과 기분 좋게 빠른 템포의 음악에 시각과 청각을 자극 당하고 마음을 빼앗깁니다. 입욕제나 비누 류의 제품 같은 경우에는 포장재 없이 진열되어 고객들이 직접 만져보고 향을 맡아볼 수 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매장 내 직원들은 러쉬 제품을 이용하여 고객의 손을 씻겨주거나 머리까지 감겨주며 색다른 고객 경험을 제공해줍니다. 거의 모든 감각을 놓치지 않고 매장 내에서 고객이 감성적 동인을 느끼게 하는 러쉬야 말로 오감 마케팅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브랜드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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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의 경우에도 2021년 7월부터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본점을 시작으로 소비자의 청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오감 마케팅을 도입하였습니다. 이들은 ‘시그니처 향’과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롯데백화점의 시그니처 향기는 ‘플리트비체’로,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뜻을 가진 크로아티아의 국립공원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유명 호텔들의 향기 마케팅을 담당하는 ‘센트온’과 롯데백화점이 함께 개발한 플리트비체 향은 시트러스와 베르가모트, 유자, 클로브를 블렌딩하여 고객이 맑은 호수와 상쾌한 숲속을 거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롯데백화점 문화 센터에만 일부 적용되었던 플리트비체 향은 이제 롯데백화점을 상징하는 향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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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나아가 ‘애플뮤직’의 에디터들이 엄선한 음악도 롯데백화점을 정체성을 돋보이고 있습니다. 점포별, 층별 이용 고객의 연령과 선별 등의 특징을 고려하여 음악리스트를 제작함으로써 공간의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음악 데이터 베이스도 약 7500만 곡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에 전 세계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매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특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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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정이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법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이자카야 모이정의 경우에는 미각과 후각, 시각, 나아가 청각까지 활용하여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식업이라는 가게 특성상 미각과 후각에 대한 자극은 사실 당연한 것이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시각과 청각을 활용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모이정은 오픈 주방을 통해 소비자에게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주방과 홀을 분리시켜두는 다른 식당들과는 달리 홀의 중앙 부분에 꼬치를 구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주문과 동시에 꼬치를 굽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 테이블에 앉아 꼬치가 구워지는 소리를 듣고 주방 위로 피어나는 연기를 보며, 식당 내부를 가득 채우는 향긋한 냄새를 맡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소비자는 시각과 청각, 후각을 통해 가게에 대한 다채로운 경험이 가능하고 이는 고객 만족도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하여 모이정 사장님께서는 매장에 깔리는 음악에도 신중을 기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강기두 교수에 따르면, 시설 내에서 배경음악을 틀어주는 곳은 고객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인지된다고 합니다. 즉 매장 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소비자는 무의식 중에 해당 매장의 섬세함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죠. 나아가 흘러나오는 음악이 매장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잘 어우러진다면, 고객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분위기와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매장 음악의 또 다른 역할
매장 음악은 매장의 분위기와 더불어 매장 혼잡도를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매장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매장 혼잡도입니다. 너무 높은 매장 혼잡도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매장에 들어섰을 때, 내부 인구가 많으면 방문자들은 심리적인 저항을 느끼게 되는데요. 이는 인간이 자신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생각된다면 자유를 제한하는 대상에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본능적 심리에 기인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매장이 지나치게 혼잡하면 일찍 매장을 떠나려고 하고, 이는 매출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장 혼잡도가 높은 것이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겠죠. 우리는 매장에 사람이 너무 없다면, 해당 매장의 제품의 인기에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반면 매장에 사람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인기 있는 물건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매장 혼잡도의 상반된 효과를 잘 다루어 적절한 수준의 매장 혼잡도를 형성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바로 매장 음악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미국 잡지 <소비자 연구>에 발표된 밀리만의 자료에 따르면 느린 템포의 음악일수록 소비자의 매장 체류 시간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73bpm 이하의 느린 템포 음악과 93bpm이상의 빠른 비트의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를 비교한 실험에서,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데 소요된 시간이 각각 127.53초와 108.93초로 나타났으며 매출액도 16,740.23달러와 12,112.85달러로 집계되었습니다. 고객은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었을 때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로 미루어 보면, 백화점이나 마트와 같이 고객이 오래 머물수록 매출이 올라가는 산업군의 가게는 적절히 느린 템포의 음악을 송출하여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려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패스트푸드나 카페 등 회전율을 높여 매출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가게들의 경우에는, 경쾌하고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어 고객의 이동 속도를 높이고 체류 시간을 짧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처럼 브랜드는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통해 매장 분위기와 정체성을 확실히 함과 동시에 간접적으로 매장 혼잡도의 영향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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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개인화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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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저희 가게를 찾아주셨을 때, 손님이 묻기도 전에 제가 먼저 안내를 해드리는 식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모츠나베를 드신 손님들이라면 조금 느끼할 수도 있으니, 음식과 술을 드신 정도를 보고 적절한 타이밍에 토마토 샤벳을 드린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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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인터뷰와 같이 사장님은 고객 한 명 한 명을 대상으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마케팅 시장에서 필수 전략으로 뽑히는 것이 바로 첨단기술을 이용한 '초개인화 서비스'인데요. '고객에 대한 진심'으로부터 만들어진 서비스가 요즈음 열풍이 되고 있는 '초개인화 서비스'와 닮아있다는 점이 흥미로워 독자분들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넷플릭스의 '90초 룰'을 아시나요? 넷플릭스의 골든타임이라는 90초, 이용자가 90초 내에 원하는 컨텐츠를 찾지 못하면 이탈한다는 공식입니다. 이용자는 컨텐츠 이미지를 보는 데 평균 1.8초를 소비하고 시청 여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보고 싶은 컨텐츠를 찾지 못하고, 위의 과정을 90초 이상 반복하게 되면 넷플릭스를 나간다는 것인데요. 이탈하는 이용자를 붙잡기 위해서는 적절한 컨텐츠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이 중요합니다.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행동 패턴, 선호하는 장르, 시청 기록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용자가 가장 보고싶어할 것 같은 컨텐츠를 추천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용자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이탈을 방지하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합니다.
✔️초개인화 마케팅이란?
앞선 넷플릭스의 사례와 같이 고객의 취향, 행동 패턴, 현재의 상황과 맥락까지 분석하여 그들의 잠재적인 필요와 욕구를 예상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추천 및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고객에게 특정 순간에 가장 적절한 제품, 서비스,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머신 러닝 등의 첨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뿐만 아니라 미래 수요까지 예측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기존에 기업이 다수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마케팅 전략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초개인화 마케팅을 통해 고객으로 하여금 로열티를 갖도록 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초개인화 마케팅은 고객 경험을 개선함으로써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개인화 마케팅 vs 초개인화 마케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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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는 개인화 마케팅에서 더 발달한 것이 초개인화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화 마케팅은 고객의 성별, 거주지, 취향 등의 데이터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초개인화 마케팅과 다른 점이 없어 보일 수 있는데요. 개인화 마케팅은 일반적인 정보를 가지고 비슷한 사람들끼지 그룹화하여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초개인화 마케팅은 개인의 행동 데이터와 맥락, 다양한 상황별 취향까지 입체적으로 분석한 후, 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나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개인화 마케팅과의 차이점을 보여줍니다. 즉, 초개인화 마케팅은 개인화 마케팅이 제공하는 '그룹화된' 서비스를 넘어서, 개인의 세밀한 선호도와 행동 패턴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만족도를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개인화 마케팅은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초개인화 마케팅은 고객이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잠재적인 수요를 발굴하곤 합니다. 고객의 미래의 필요성을 예측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한 발 앞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초개인화 마케팅은 개인화 마케팅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 더욱 정교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필수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초개인화 마케팅 사례
초개인화 마케팅은 기업의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은 만큼 우리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사례들이 많습니다. 넷플릭스, 유튜브, 구글, 인스타그램 등 특히 온라인 컨텐츠 회사들은 소비자 유인, 이탈 방지를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사보는 이 외에 우리 곁에 숨겨져 있었던 사례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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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리의 광고는 모두에게 다르게 보인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모바일 여성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는 무신사 다음으로 점유율이 많은 국내 패션 플랫폼인데요. 에이블리를 처음 가입하면 어떤 취향의 옷을 좋아하는지, 소비 패턴은 어떤지 설문조사를 하게 됩니다. 1차적인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에게 옷을 리스팅합니다. 이후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와 취향을 분석하여, 이용자 개인에게 맞는 광고를 제시합니다. 그래서 같은 에이블리 어플을 들어가도 모두 다른 페이지를 보게 됩니다. 이용자가 정말 살법한 옷들을 보여줌으로써 불특정 다수에게 같은 광고를 내보낼 때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에이블리의 기술은 유사한 취향을 가진 다른 이용자의 데이터를 교차 활용하는 수준까지 고도화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는 쇼핑 검색 시간이 줄면서 구매 만족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이는 다시 에이블리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함으로써 이용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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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사장님의 여담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가게의 사장님이 되고 싶은가요?
든든한 사장님이 되고 싶어요. 지금은 친구들하고 같이 있을 때 되게 친구 같이 있으려고 노력하거든요. 술 마시기를 좋아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친구들하고 자주 함께 하는데 다시 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든든한 사장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든든한 사장님.. 제가 그러니까 돈이라는 걸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고 결심한 게, 같이 있는 친구들을 지키려면 좀 더 듬직한 사장이어야 되고, 여유가 조금 있어서 친구들한테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물론 친구 같은 사장도 좋지만 나이도 먹고 하니까, 친구들의 숲을 지켜줄 수 있는 사장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업계의 신입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
이자카야가 요즘은 프랜차이즈로 많이 운영이 되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들을 판매하는 가게들도 많아지고요. 이 가운데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아이템, 컨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뚝이 같아야 해요. 저 같은 경우도 이자카야 쪽에서 가게를 세 번 인수하고, 남 좋은 일을 많이 했거든요. 그리고 종착점이 모이정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거예요. 정말 중요한 건 굽어지지 않는 마음, 꺾이지 않는 마음이에요. 다 내려놓고 싶을 만큼 힘들 때도 '안 돼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속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좋겠어요.
주량이 어떻게 되시나요?
맥주 2잔입니다. 하하. 제가 술을 잘 못하거든요. 소주는 거의 안 마시다시피 하고요. 위스키는 그래도 얼추 한 병까지 마시는데 맥주는 2잔 정도만 마실 수 있어요. 사케도 많이 못 마셔요. 이만큼 마시면 얼굴이 엄청 벌개져요. 제가 술 장사를 하니까, 술을 잘 마셨으면 맨날 술을 마셨을 테니 못 마시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모이정에 있는 다양한 술들은 직접 선별을 하신 건가요?
물론이죠.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저는 무난하고 대중적인 것들을 많이 들여오는 편이에요. 실험적인 사케들은 단가가 높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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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사장님의 내면
에필로그) 남들도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
인생 영화, 드라마, 책, 음악은 무엇인가요? (택1)
론다 번의 '시크릿'을 뽑고 싶네요. 무한한 긍정의 마음을 갖고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에서 들린다고 하잖아요. 저는 이게 분명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장사가 아니고, 회사 생활을 한다고 해도 그 안에서 목적을 가지고 노력하다 보면 끝내 우주가 들어준다고 믿고 사는 편이에요.
또 하나는 펄벅의 '대지'라는 책입니다. 펄벅이라는 서양사람이 중국 소설을 쓴 건데 정말 기억에 남는 책이에요. 자린고비의 삶을 사는 농부의 일생, 계속 작은 덕을 쌓아서 물을 쌓는 그러한 인생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이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땅 한 평도 없이 시작해요. 결혼도 정말 늦게 하는데 이마저도 원치 않는 사람과 정략 결혼을 한 거예요. 어찌 되었건, 그 인생에서 쌀 한 필 한 필을 모으고 땅 한 평씩 사면서 자식도 낳고 언젠가는 어느 정도 넉넉한 사람이 되는 이야이기에요. 이러한 과정까지 모든 순간의 감정과 마음에 대한 묘사들이 많이 되어있는데요. 오래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도 다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인상깊은 책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 정말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최근에 드는 생각은 그래요. 장사라는 게 하루 하루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연속적으로 번갈아가면서 생기는데 그 안에서 늘 감사함을 느끼고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장사를 하면서 어떤 문제들이 말썽을 일으킬 때가 생기면 당장 앞에서는 화가 나더라도 뒤에서는 감사함을 느끼려고 계속 노력해요.
신동엽 아저씨가 얘기했던 게 있어요. 차를 타고 가는데 옆에 있던 차가 막 위험하게 와요. 옛날 같았으면 차 문이 막쳐 있는 상태에서서 욕을 했을 거란 말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욕을 해봐야 듣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잖아요. 스스로만 화날 뿐인 거죠.
저도 최근에 이런 걸 많이 느껴서 그런지 혼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다.'라고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되게 어렵고 좋은 것 같아요. 최근에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자', '이것도 내가 사는 것의 일부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위의 가치를 위해 해본 일 혹은 할 수 있을 일은 무엇인가요?
운동을 많이 합니다. 뭔가 답답할 때 여행을 가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장사를 해야 하니까 운동을 하면서 땀을 많이 빼는 편이고, 술 마시고 싶을 때는 술도 마시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마음에서 이렇게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조금 내려놓은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어떤 문제가 생겨서 기분이 안 좋아질 때는 가끔 이런 것도 괜찮잖아라고 생각하고 사는 거죠. 그리고 노래방을 가요. 옛날에 보면 요가할 때 심호흡을 크게 한다고 하잖아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심호흡을 일부러라도 크게 하면 화를 한 번 더 참을 수 있게 돼요. 담배 피우는 사람들도 열 받으면 담배를 피잖아요. 그것도 호흡이고 노래방도 비슷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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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작 손민수하기
기우
<대지>에서 주인공 왕룽은 땅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땅으로 인해 역경을 겪으며 땅을 통해 풍족한 여생을 보내게 됩니다. 왕룽은 자신의 땅에서 밭을 매고 농작물을 수확하면서 느낄 수 있는 벅차오름과 만족감을 사랑했으며 늘 땅에서의 삶과 감정들을 그리워했습니다. 비록 책 중반부에 접어들며 풍족한 삶 특유의 권태로움으로 인해 줄곧 지양해오던 ‘부자’의 행동들을 잠시 행하곤 했지만, 다시 대지가 주는 생동감과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상기시키며 온몸에 흙을 묻히면서 일을 하던 원래의 왕룽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젊은 시절, 왕룽이 오란과 결혼 후 아이 넷을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흉년이 들면서 가족 모두가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자 그의 가족들은 남쪽으로 피난을 가, 거지만도 못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겨우 살아내다가 오랜 시간만에 고향으로 돌아간 왕룽은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고, 농사일을 하던 와중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자신을 비추고 있는 해를 바라보고는 ‘행복하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목은 저에게 이유모를 울림과 공감을 주었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되었어요. 나는 물론 우리 가족의 목숨까지 앗아가게 만든 대지였지만 다시 돌아간 대지 위에서 작지만 알찬, 모이한 행복을 마음껏 느낄 줄 아는 왕룽이 굉장히 멋있으면서도 부러워졌습니다. 모아둔 돈이 아무리 많고 자신을 위해 일해주는 머슴들과 소작농들이 끝도 없이 줄을 서도 자신을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빛 하나, 부드럽게 손가락 사이로 흘러 내리는 흙 한 줌에 감사함과 행복감을 느끼는 왕룽. <대지>에서 간간이 드러나는 그의 이러한 태도를 보며,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낄 줄 아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시는 사장님께서 해당 책을 인생 책이라고 꼽은 이유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왕룽은 불완전한 인간이었습니다. 세상의 역경과 유혹에 흔들리기도 하고 자신의 옆에서끝까지 제 역할을 다 해준 오란의 소중함을 망각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일생이 우리에게 울림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왕룽이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는 사람이었으며 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히 하는, 더하여 주어진 것을 온전히 누릴 줄 아는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도 주어진 것을 온전히 누리고 감사해 할 줄 아는, 일상 속에서 잔잔하게 물결치는 행복을 온몸으로 느낄 줄 아는 삶의 태도를 갖춘다면 보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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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잘 산 인생,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대지를 읽어나가면서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는 질문이었습니다. 왕룽의 삶은 성공한 인생이었을까요? 흉년에 먹을 게 없어 도시로 떠나 움막에서 살던 삶을 이겨내고 60여개의 방이 있는 큰 집을 거느리며 소작을 받는 삶을 이뤄냅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이뤄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래 왕룽은 도둑질과 구걸을 탐탁치 않아 했습니다. 마땅한 일을 해서 얻은 것들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왕룽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과정에는 마땅히 얻어내지 않은 것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나중에는 부자가 되는 데 가장 큰 공을 했던 오란에게 은혜를 갚지는 못할 망정 비수만 꽂던 적도 있었습니다. 왕룽이 죽는 순간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며 어떤 인생이라고 표현할까요?
비단 인간이라면 후회하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후회들이 있다고 해서 성공하지 않은 삶인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어떠한 목적을 이뤘다고 해서 성공한 삶은 아닙니다. 왕룽의 목적은 많은 땅을 가지는 것이었지만 저는 그의 삶을 성공한 삶이라고 확언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왕룽은 어떻게 말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땅을 얻고도 늘 근심에 시달리던 그를 보면 그 역시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려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게 되면서 방황하는 왕룽을 보며 '이 사람 주인공이지만 참 밉고 어리석다.'라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왕룽의 행동들이 성인 군자가 아닌 이상 드러나기 마련인 인간의 나약함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생각을 늘어뜨려보면, 후회를 줄여나가는 삶이 제게는 성공한 삶인 듯 합니다. 나만의 목적을 이뤄나가면서, 뒤돌아 봤을 때 후회하는 순간들이 많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저는 모든 인간들이 행복하기 위해 목적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하자고 만든 목적과 그것을 이뤄가는 과정이 전반적으로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후회할 일을 만들도록 부추긴다면 무엇이든 제고해봐야 하는 거죠.
책을 읽으면서 왕룽에게 있어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인복입니다. 왕룽의 든든한 조력자인 '칭서방', 언제나 뒷전이었지만 묵묵히 삶을 영위해나가는 '오란'. 이 두 사람을 얻은 것만으로도 왕룽은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 두 사람이 없었다면 왕룽은 처음과 비슷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들에게도 왕룽이 없었다면 더 슬픈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지요. 인간이 목적을 갖고, 삶을 영위하는 과정 속에서 각자가 주인공이지만 혼자서는 어떠한 이야기도 꾸려나갈 수가 없는 것이 인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인공으로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이야기를 꾸려나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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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인터뷰와 인생작으로 보석 훔치기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사장님은 10년이 넘도록 야키토리에 매진하며 살아오셨습니다. '대지' 속 왕룽 역시 땅을 얻기 위해 한 평생을 바칩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의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정진한다는 것입니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하나의 목표를 위해 쉴새없이 나아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목표가 만들어졌을 때, 이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사보는 목적에 대한 애정과 회복탄력성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회복탄력성이란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 이 시련을 딛고 원래 상태로 돌아오거나 그 이상으로 성장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우리는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너무나 당연하게도 위기 상황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좌절하지 않으려는, 좌절하더라도 다시 일어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위기 상황을 잘 넘길 뿐만 아니라 이것을 발판삼아 더 성장하게 됩니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보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스스로의 상황을 인정하며 긍정적이고, 다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력과 끈기가 필요합니다.
사장님께서는 운영하시던 가게 하나 하나를 떠나게 될지언정, 목표를 떠나지는 않았습니다. 왕룽은 흉년이 들더래도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돌아올 날을 희망하여 타지로 떠납니다. 지금의 위기가 평생의 위기가 아님을 알고,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과 목표에 대한 의지를 통해 이겨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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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자', '이것도 내가 사는 것의 일부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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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역시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위기가 스스로를 심하게 괴롭히더라도, 결국 다 자연스러운 일임을 인지하게 되면 위기를 바라보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습니다. 이렇게 믿는 힘은 결국 시간을 흐르게 만들고 위기도 흘러가도록 한다고 또 믿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작지만 강해서, 결국 지금의 사장님을, 모이정을 만들었습니다.
불완전함과 행복
우리는 경이로움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언론이나 SNS에서는 평범한 것을 다루지 않습니다. 뛰어난 사람, 그보다 더 뛰어난 사람, 그보다 더욱 더 뛰어난 사람. 이렇게 평범의 범주를 넘어 세상을 놀라게 하는 능력만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최악의 범죄자 따위)도 마찬가지겠죠. 본능적으로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인간은 이에 따라 최고 중에서도 최고가 되기 위해, 많은 이들이 꿈꾸는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완벽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불완전한 생물일 뿐 아니라, 완벽을 정의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타인과의 비교라는 단계가 포함되기 때문이겠죠. 내가 달리기 1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여 완전한 기록, 완벽한 기록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흘러 새로운 누군가가 그 기록을 깬다면 나는 다시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않은 기록을 가진 인간으로 전락해버리고 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 혈안이 되고 매일같이 능력을 증명하려는 욕구와 무력감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갖고 살아갑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고요. 아이가 세상에 나와 처음 숨을 들이마실 때조차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과 죽음이 가까워질 때의 괴로움을 미루어 본다면 정말 삶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으로 구성된 하나의 집합체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고통으로 가득한 삶을 어떻게 영위해 나가야 할까요. 마크 맨슨은, 평범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문제를 조금 더 나은 문제로 개선하고 그와 함께 낳아진 잠깐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사실 궁극적 행복이나 완벽함, 완전함을 이룬다는 것은 신기루와 같습니다. 대신 고통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는 만족감과 성취감, 그리고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전해지는 행복감과 감사함을 느끼며 좋은 문제로 가득한 삶을 꿈꿔보는 건 어떨까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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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들의 보석을 훔쳐서
매달 1, 3번째 일요일 전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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